개발자로 일한 지 몇 년이 지나면서
나는 “잘하는 법”보다 “지치지 않는 법”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.
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,
결국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핵심이 된다.
예전엔 ‘몰입’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.
밤새 코드를 짜고,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다시 IDE를 열었다.
그런데 어느 순간, 집중의 질보다
‘피로가 쌓이는 속도’가 더 빨라지는 걸 느꼈다.
그때부터 나는 ‘일의 리듬’을 관리하기 시작했다.
1. “몰입”과 “회복”은 한 세트다
프리랜서는 일의 경계가 없다.
집이 곧 사무실이고, 점심시간도, 퇴근도 흐릿하다.
그래서 나는 **“몰입 다음엔 반드시 회복”**이라는 원칙을 세웠다.
하루에 두 번, 50분 집중 + 10분 멈춤을 지키려 노력한다.
이건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,
‘머리를 식히는 의식’ 같은 거다.
그 10분 동안은
화면을 보지 않고, 커피를 내리거나,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다.
그 사이에 뇌가 다시 산소를 얻는다.
2. 일의 강약을 ‘계절처럼’ 생각하기
예전엔 모든 날이 같았다.
늘 100%로 일하려 했고,
결국 번아웃은 당연한 결과였다.
지금은 일의 리듬을 계절처럼 나눈다.
한 달 중 일주일은 ‘집중의 시기’,
나머지는 ‘정리의 시기’.
집중의 시기엔 깊이 몰입하고,
정리의 시기엔 문서, 코드 리팩터링, 기록, 회고를 한다.
이 두 시기가 번갈아 오가면서
일은 더 단단해지고, 나는 덜 소모된다.
3. 에너지의 흐름을 ‘하루 단위’로 기록한다
사람마다 집중력이 가장 높은 시간이 다르다.
나는 오전 10시~12시, 오후 8시~10시가 가장 잘 맞는다.
이걸 알아내려면,
하루 에너지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.
그래서 나는 하루 끝에 간단히 기록한다.
10:00~12:00 집중 잘됨 (코드 흐름 자연스러움)
15:00~17:00 멍함 (식사 후 루즈)
20:00~22:00 집중도 최고 (음악 듣고 코드 짬)
이 데이터를 2주만 기록해도
내 리듬이 명확히 보인다.
그때부터는 ‘의지로 집중하는 게 아니라,
타이밍에 맞게 일하는 것’으로 바뀐다.
4. 피로는 게으름이 아니라 ‘경고 신호’
개발자는 논리적이라 피로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.
“아직 할 수 있다”는 합리화로 버티다 보면
몸보다 정신이 먼저 무너진다.
나는 피로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.
“지금 쉬면 더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?”
그 질문 하나로 방향이 달라진다.
쉬는 건 도망이 아니라
‘지속 가능한 일’을 위한 전략이다.
5. 쉬는 것도 ‘디자인’해야 한다
휴식은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.
쉬기 위해서도 구조가 필요하다.
나는 매주 일요일 저녁에
다음 주의 일·쉼 구조를 미리 설계한다.
월: 프로젝트 집중
화: 외부 미팅
수: 개인 공부
목: 코딩 + 정리
금: 가벼운 작업, 기록
토: 완전 휴식
일: 계획 세우기
이렇게 하면,
‘오늘 뭐 하지?’라는 불안이 사라지고,
일의 압박이 줄어든다.
그게 바로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다.
6. 결국 일의 지속성은 ‘속도의 미학’에 있다
개발자로 산다는 건,
언제나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직업이라는 뜻이다.
그래서 더더욱 **“지속 가능한 속도”**가 중요하다.
빠른 성장은 잠깐의 성취를 주지만,
꾸준한 리듬은 인생 전체를 바꾼다.
나는 이제 이렇게 일한다.
“하루를 완주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린다.”
그게 나의 에너지 관리법이고,
프리랜서로서 살아남는 기술이다.